개인적으로 일본 영화는 잘 고르면 인생 영화, 잘못 고르면 인생 낭비가 되는 기분이에요. 잘 고르면 마음 속에 평생 남을 영화가 되지만, 그렇지 못한 영화는 이게 뭐지 싶은 정도일 때가 많거든요. 제게 <카모메 식당>은 그중 전자에 속하는 아주 잘 고른 영화였어요.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<치히로 상>과 비슷하지만 훨씬 재미있는 <카모메 식당>. 무엇 때문인지 살펴볼까요?
줄거리
핀란드 헬싱키에 '카모메 식당'을 개업한 일본인 여성 사치에. 사치에는 체구는 작지만 내면이 강인하고 아주 잘 다듬어진 여자입니다. 그래서 한 달째 손님 하나 없어도 매일 꿋꿋이 식당 문을 열고 테이블을 닦고 있죠. 그러던 어느 날,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첫 손님이 등장해요. 커피를 시킨 손님은 대뜸 사치에에게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아냐고 물어봐요.
사치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째 소절을 기억해낼 수가 없어 괴로워 하다가, 서점에서 만난 일본인 여성 미도리에게 말을 걸어요. 황당한 요청에도 성실하게 노래 전체의 가사를 적어서 건네주는 미도리. 그렇게 알게 된 미도리는 카모메 식당에서 일을 거들어주게 되죠. 그런데 미도리와 함께 좋은 기운이 흘러들어온 것일까요? 카모메 식당에는 하나 둘 손님들이 사연을 가지고 찾아들어요.
주인공을 사랑하면 영화를 사랑하게 된다
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푹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죠. 언제 내가 이렇게 집중을 하고 있었지? 하고 말이에요. 사실 위의 줄거리 요약을 보면 알 수 있듯, <카모메 식당>은 할리우드 영화, 그리고 K-드라마에 비하면 카모메 식당은 정말 잔잔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어요. 하지만 어느새 빠져 들어 보고 있게 되죠.
왜일까 생각해봤어요. 아마 그건 <카모메 식당>이 일본 특유의 독특한 감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영화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. <치히로 상>과 다른 점이죠. <카모메 식당>은 일단 보는 사람에게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줘요. 바로 '카모메 식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?'의 질문이죠. 아주 단순하고 고요한 영화이지만 이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말고는 정말 큰 차이예요.
그리고 또 하나, <카모메 식당>은 주인공에 공감하고 사랑하기가 더 쉬운 것 같아요. 사치에는 분명 개성적인 여자이지만, 어딘가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. 선망하게 된달까요? 뛰어난 요리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주변과 자신을 정돈하는 능력, 그리고 누구를 만나든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편안하게 대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있어요.
보는 내내 마음이 즐거운 인테리어
마지막으로 <카모메 식당>의 색감과 인테리어도 이 영화를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에요. 나도 저런 식당 하나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, 매일 저리로 출근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인테리어랄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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